2012년 8월 24일 금요일

나는 퇴폐이발소의 여종업원


웃음과 애교를 배우고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다른 여자들처럼 결혼하여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러나 운명은 그녀를 병들고 지치게 했으니···

벌써 그녀가 집에서 나와 이런 생활을 한지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난이 싫어 고등학교를 다니다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올라와 작은 봉제공장에 취직한 그녀는 생전 처음 받아 보는 월급이라는 몇 푼의 돈이 얼마나 좋았던지 돈 무서운 줄 모르고 마음껏 다 써 버렸다.

그러기를 3개월. 한 번 돈맛을 알고 나니 내 스스로 주체를 할 수 없었고 이 친구 저 친구들에게 꾸어 쓴 돈도 상당히 많아 어느날 그녀는 쥐도 새도 모르게 그곳을 도망쳐 나왔다.

지금도 그녀는 그때 친구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녀는 직업소개소를 통해서 천호동의 어느 다방 레지로 새 출발을 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곳에서 웃음과 애교를 배웠다.

아니 배웠다기 보다는 살아 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무기였다. 1년에 몇 차례 다방을 바꿔야 하는 바람 같은 직업이었다. 물론 한집에 오래 있고 싶어도 그녀의 뜻대로 안 되는 것이었다.

마라톤 선수처럼 하루 종일 손님들의 시중을 들기 위해 뛰어다녀야 하는 직업인지라 아는 사람이 많으면 많은 만큼 손님들은 특별 서비스를 자기에게만 해 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한집에 오래 있을수록 고되어 지는 것이다.

좀 안다고 손을 잡고 그곳을 만지고 좀 더한 사람은 치마 밑으로 손을 넣어서 만진즌 수도 있다. 어디 그것 뿐인가?

치근덕 거리고 돈을 얼마 줄테니 한번 달라는 영감도 있다. 5년정도 이 다방 저 다방 돌아다니며 얻은 것은 레지는 얼굴이 예뻐야 하고 몸맵시가 잘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탐스런 유방, 탄탄한 엉덩이 그리고 금상첨화로 미끈한 다리에 큰 입술을 가지면 정말 끝내준다. 잘 웃고 상냥하고 서비스 잘하고 화 낼 줄 몰라야 하며 어떻게 해서든지 사람을 사로잡아야 하며 한마디의 말로 상대방을 OK시킬 수 있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

또 옷 색깔을 잘 선택할 줄 알아야 하고 적어도 열 사람의 마음을 맞출 수 있는 소갈머리가 있어야 하고 정 붙은 사람은 냉정히 뿌리칠 수 있어야 하고 망각을 잘해야 한다는 것에 비하면 수입은 성에 차지 않아 몇 푼의 돈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그녀는 이발소 면도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이다.



옷 벗으시죠

그녀가 이발소에서 하는 첫 마디가,

“옷 벗으시죠.”다. 남자들은 대부분 몸이 근질근질 하고 여자가 생각나면 서비스를 하는 이발소에 온다. 이발소가 이발만 하는 곳은 옛 말이다. 남자들은 이발소를 <서비스왕국>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사실이다.

그녀의 짧은 직장 생활을 통해 볼 때도 이발소처럼 친절한 업소가 드물었다. 일단 손님이 이발소 문을 열고 들어 서면 어서 오십시오. 란 인사말을 한다. 그리고 첫 마디가 <옷 벗으시죠>이다.







이어 손님의 상의와 와이셔츠를 받아 걸고 슬리퍼를 내 주고 구두를 신장에 넣는다. 손님이 의자에 앉으면 담배를 가져다주며 담배를 피우게 한다. 머리를 깎고 면도, 얼굴 마사지, 그리고 여자들만 사용했던 팩도 사용한다. 그리고 온 몸을 주물러 주는 암마로 이어진다.

안마는 말이 안마지 손님의 요구에 따라 쭈쭈바나나를 해 준다. 그리고 서니텐 보다는 쭈쭈바를 받는 손님은 팁을 더 많이 내 놓아야 한다.

어떤 손님은 그곳에서 즉석 탕도 즐긴다. 즉석탕 값이 조금 더 비싼 것은 당연한 것이다. 각종 서비스 즉 2시간의 밀실 향연이 끝나면 이어서 얼굴 화장과 머리 손질이 끝나면 정력을 쏟았으니 수고했다고 시원한 요구르트나 드링크를 주고 담뱃불도 붙여 준다.

이렇게 하면 보통 2시간이 소요되나 손님에 따라 1-3시간이 소요 된다고 봐야 한다. 그녀는 이런 손님을 하루에 열명이상 받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어떤 경우에는 밝은 대낮에 남녀 관계를 10번 이상 해야 된다는 것이다.

어떤 날은 재수 없게 그것이 큰 손님에게 걸리면 온 종일 그곳이 아파서 일하기가 곤욕스럽고 지옥 같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또 어떤 날은 한 두 번밖에 못해 스스로 오르가슴을 느껴 참지 못한 나머지 일정한 장소에 가 10분씩 만족을 느낄 때도 있다.

그녀는 변두리 이발소로부터 흔히 말하는 칸막이 이발소까지 전전했다. 어느 곳에서는 퇴근 후에 문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으로부터 올 나이트 유혹을 받기도 했고 아니면 이발소 주인으로부터 노골적으로 한 번 줄 것을 강요 당하기도 한다.

그녀가 스스로 병들기 시작한 것은 손님들과의 접촉에서 부터였다. 인생은 그렇고 그런 것. 그녀가 처음 이발소에서 손님들을 안마해줄 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온몸에 전기가 짜릿짜릿 오고 얼굴이 빨개지면서 그녀 자신잉 몸을 마음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타성과 면역이 생기다 보니 손님들의 그 놈을 끝내주고 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게 할 수 있었고, 간혹 짙은 요구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타락과 퇴폐의 온상에서 자란 그녀에게 언제부터인가 이상한 증세가 나타났다. 그것은 불감증이었다. 전에는 남자의 그것만 보면 은근히 흥분되었는데 지금은 남자의 그것이 거칠게 들어 와도 별로 감정이 없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이 넘어가려 했으나 이젠 나이가 나이인데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할 수 없지 않겠는가? 비록 미천한 직종에서 일을 하지만 그녀도 다른 여자들처럼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하여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싶은 것이다. 그러나 지금 사귀고 있는 남자를 만나기가 두렵다.

그 남자는 그녀가 작은 가게에서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남자는 착한 남자이다. 언제인가 내가 지난 세월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안 된다. 그만큼 난 그를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불감증이라니 물론 좋다는 한약도 먹어 봤고 병원도 다니며 치료를 해 봤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마음이 차가워지는 것 같고 이제는 도리어 겁까지 난다.

꿈 많던 여고시절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서울로 도망쳐 온 그녀가 지금은 비참한 인생의 종착역에 서 있다고 생각하니 그저 온통 하늘과 땅이 막막할 뿐이다. 2평 밀실의 서비스왕국에서 여자이면서도 불감증의 환자로 일시적 향락과 쾌감을 위해 찾아드는 뭇 사내들의 요구에 따라 오늘도 쾌락의 서비스를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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