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스타킹에 집착하고 하이힐ㆍ립스틱 등 특정 물체에 성욕을 느끼는 이들을 우리는 흔히 ‘변태’라 부른다. 이러한 ‘변태’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유독 사랑받는 곳이 있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그 곳, 바로 ‘페티쉬방’이다.
소수 마니아를 위한 곳이라 여겨졌던 페티쉬방이 최근 거듭된 진화를 하고 있다. 기존의 주된 타켓이었던 남성 손님들을 위해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고, 심지어는 여성들을 위한 프로그램까지 등장시킨 것이다. ‘금녀의 방’으로만 여겨지던 페티쉬방. 그 문을 두드리는 여성들의 실태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 체벌, 감금, 사육 : 원하는 건 다 해드립니다.남성 뿐 아니라 여성도 페티쉬를 즐길 수 있다고 광고하는 서초구의 모 페티쉬 클럽을 찾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업소 관계자는 “남성 도우미들은 상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화를 잘 주었다”며 바로 다음날로 약속을 잡았다. “고객의 신상은 철저하게 비밀에 붙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기자는 이튿날 예약한 시간에 맞춰 클럽을 찾았다. 각각 나눠진 룸과 대기실 등 이곳의 외양은 대딸방ㆍ키스방과 같은 일반 유흥업소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러나 내부는 고급스러운 소파에 깔끔한 분위기까지 갖추고 있었다.
안내받은 룸에 들어서자 남성 도우미 박모(가명) 씨가 반갑게 맞이했다. 20대의 평범한 외모를 지닌 그는 정중하게 “어떤 서비스를 원하냐”고 물었다. 기자는 무슨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 되물었다.●드디어!! 그녀가 흥분했다 그녀는 그것이 최고란다!
“직접적인 성행위를 제외하고 원하는 것은 다 할 수 있지만 여성 손님들은 대부분 ‘체벌’과 ‘본디지(수족결속)’, ‘감금’ 등 강한 서비스를 원한다”는 충격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기자는 ‘본디지’와 ‘감금’을 동시에 할 수는 없는지 묻고, 가능하다는 대답과 함께 아방궁처럼 이어진 다른 여러 룸을 지나 ‘사육실’로 향했다.
5평 남짓한 공간에 낙서로 지저분한 벽, 철창으로 둘러쳐진 한 켠의 공간에 낡은 줄들이 매달려 있었다. 줄을 매만지며 머뭇거리는 기자에게 박 씨는 “우리는 손님들이 자신의 성적 취향대로 눈치 보지 않고 즐기기를 바란다”며 “일반 성행위 업소에서는 만족할 수 없었던 손님들의 취향을 살려주기 위해 준비한 스타일”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철창 안에 들어가라”며 “등 뒤로 두 손을 묶어주겠다”고 말했다.
두 손이 묶인 채로 인터뷰를 할 수는 없는 일. 기자는 신분을 밝혔다. 이에 박 씨는 예상대로 ‘당장 나가라’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를 겨우 설득시키고 마주 앉았다. 일단 그에게 페티쉬방을 찾는 여성들이 많은지 물었다.
박 씨는 “일주일에 두 명 정도”라고 퉁명스레 답하고는 놀라운 말을 던졌다. “일단 여자들이 오면 남자들보다 더 센 걸 원한다”는 것. 여성 도우미들의 유도에 순순히 응하는 남성 손님들과 다르게 여성들은 주도적으로 즐기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에 “자세히 어떤 것을 원하냐”고 질문하자 박 씨는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 ‘페티시방’을 찾는 여성들은 누구인가.그렇다면 어떤 여성들이, 무슨 이유로 페티쉬방을 찾는 것일까. 기자는 이곳을 자주 찾는 여성 손님을 소개해달라고 조심스레 요청했다. 박 씨는 단박에 거절했다. 남성의 경우도 그렇지만 여성의 경우는 ‘신변 보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유였다. 거듭된 요청 끝에서야 결국 그에게서 한 여성의 인터넷 메신저 아이디를 전해 받을 수 있었다.
그날 밤, 기자는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모(28) 씨와 컴퓨터 모니터를 주시하며 대화를 시작했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있긴 하지만 남자들은 자신의 여자만큼은 조신하길 바라지 않느냐”고 페티쉬방을 찾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대신했다. 김 씨의 페티쉬방 경력을 4개월이었다.
기자는 그녀에게 “소위 ‘변태’ 성향을 깨달은 것은 언제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는 “야동을 처음 본 대학시절”이라며 “처음에는 야동으로 대리만족이 가능 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직접 경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해져 가더라”고 답했다.
이어 그녀에게 페티쉬방에서 직접적으로 어떤 행위가 이루어지는지 들을 수 있었다. “일단 예약을 하고 나면 상상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며 “남성을 묶고, 다른 이들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것도 좋지만 ‘당하는’ 입장이 더 좋다”고 말하는 그녀. “상대의 얼굴을 모르는 상태에서 눈이 가려지고 온 몸이 의자에 묶여진 뒤, 그 상대가 나를 보며 성적 유희를 느끼는 것을 즐긴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그녀는 영화에서만 봤음직한 것들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며 유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아직 일부에서만 행해지고 있는 일들이지만 더 자극적이고, 더 강한 것을 찾는 현 세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아 씁쓸했다.
●드디어!! 그녀가 흥분했다 그녀는 그것이 최고란다!
●드디어!! 그녀가 흥분했다 그녀는 그것이 최고란다!
그렇다면 주위의 다른 여성들도 ‘페티쉬방’을 찾을까. 이에 김 씨는 “실생활에서 이런 성향을 터놓고 얘기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면서도 “인터넷 상에서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여성들끼리 자신들이 즐긴 것을 이야기 하고, 좋은 업소와 좋은 도우미를 서로 소개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커뮤니티의 회원들에 대해 묻자 그녀는 “어느 정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20대 후반의 회사원들이 대부분”이라며 “일부는 남자친구가 있고, 결혼한 이들도 있지만 현재로서 자신들의 페티쉬 성향을 충족시켜줄 곳은 페티쉬방 뿐이기 때문에 계속 다니고들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직접 페티쉬업소의 아가씨로 일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넌지시 던지는 질문에 그녀는 답했다. “우리는 돈이 필요한 게 아닙니다. 단지 내가 원할 때, 원하는 행위를 즐기고 싶을 뿐이에요. 남성들이 하는 걸 여성이라고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 점점 더 ‘변태’적으로 흐르는 한국의 성문화일부 포르노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페티쉬. 일부 마니아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이 변태적 유흥이 남성뿐 아니라 여성들에게도 주가를 올리고 있다. 한국의 밤 문화가 점점 더 넓게 그리고 일반인들을 중심으로 변태적 성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모름지기 성문화란 남성 중심으로 생겨나 여성으로 번져가기 마련이다. ‘법’이라는 울타리를 너머 점점 ‘변태적’으로 변질되어 가는 유흥, ‘페티쉬’가 남성들에게는 어느 정도ㆍ어떤 방식으로 퍼져 있을지 그 실상이 주목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