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프로는 흔히 ‘수질’이 가장 좋은 강남의 룸살롱 가운데 상위 10% 안에 있는 아가씨들을 가리키는 화류계 은어다. 텐프로들은 연예인에 버금가는 외모와 2차를 가지 않는 도도함으로 유명하다. 당연히 텐프로들이 있는 업소의 ‘값’은 상상을 초월한다. 텐프로 업소의 1년 매출액은 수백억원에 이르며, 이곳을 찾는 이들의 1인당 술값은 1백만원을 훌쩍 넘는다.
문에 평범한 남성들은 텐프로 업소 출입이 사실상 어렵다. 또한 텐프로는 철저히 예약제로 손님을 받는다. 화류계 최고봉으로 불리는 텐프로들은 자신을 치장하는데 있어서도 수준급이다. 성형수술 뿐 아니라 명품으로 온몸을 휘감고, 최고의 텐프로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진정한 텐프로의 세계는 과연 어떠할까.
# "억대연봉 저리 가라" 월수입 2천도 누워서 떡 먹기
화려한 네온사인이 즐비한 서울의 밤거리는 살아 숨 쉬는 생명을 가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밤에 피는 장미’라 불리는 화류계의 꽃 ‘아가씨들’. 유흥업소에 있어 아가씨는 꽃과 같은 존재다. 업소는 아가씨가 있기에 손님을 유치하고, 수익을 발생시킨다. 아가씨의 수질 차이는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유흥업계에서 흔히 최고급으로 알려진 업소는 단연 텐프로가 있는 룸살롱. 이곳에 가면 그야말로 최고급 에이스 수준의 아기씨들을 만날 수 있다.
공공연히 알려진 텐프로의 정의는 ‘2차가 없는 최상위 룸살롱의 아가씨’이다. 텐프로 업소는 ‘시설이나 아가씨의 수질, 손님의 수준도 소위 말하는 상위 10%안에 드는 업소’를 뜻한다. 그만큼 아가씨들의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있다.
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이들 중 화류계의 꽃이라 불리는 아가씨들을 사람들은 일명 ‘나가요’라고 칭한다. 밤 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나가요’들의 수는 과연 얼마나 되는지 많은 이들은 의문을 갖고 있다.
우선 대형업소를 살펴보면 강남 논현동 H호텔 C업소 아가씨 3백여명, 삼성동 G호텔 B업소 2백여명, 강남의 R업소 2백여명, 삼성동 C업소 1백50여명, F업소 1백여명, 서초동 Y호텔 B업소 2백여명 등…. 서울 내에 있는 업소만 공식적으로 1천여 곳 정도 되니 아가씨는 잠정적으로 대략 2만명 정도 예상된다.
이렇듯 수많은 업소의 수많은 나가요 중 상위 10% 안에 든다는 나가요의 최고봉 ‘텐프로’는 그야말로 최상급 에이스 수준이다.
텐프로 출신의 A업소 ‘대마담’ 김예은(가명·35)씨는 “우리 업소는 연예인 못지 않은 미모를 가진 아가씨들이 1백명 이상 일하고 있다”며 진정한 텐프로는 “봉사료는 10만원이고, 2차는 절대 없는 곳이 일등급 룸살롱”이라고 말했다. 김 마담은 “억대의 선불금을 받는 소수의 아가씨들은 연예계 진출 권유에 시달리기 일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유흥 관계자에 따르면, 일급 룸살롱의 대명사인 ‘텐프로’는 서울 강남 부근에만 30~40군데 있다. 이에 김 마담은 코웃음을 쳤다. 그는 “진정한 텐프로는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어 김 마담은 “10여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쩜오(상위 15%)’나 ‘세미텐(상위 20%)’의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가씨들의 외모만 놓고 보면 텐프로가 ‘쩜오’나 ‘세미텐’보다 한수 위라는 평가가 업계의 불문율이다. 텐프로의 수질은 그녀들의 몸값이 말해준다. 즉, 마이킹(일조의 선불금)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가 아가씨의 등급이 된다.
텐프로의 경우 초보일 때, 마이킹을 약 1천5백만원 정도를 받는다. 이 정도 액수는 일하면서 금방 갚기 때문에 그녀들에겐 절대 부담스러운 금액이 아니다. 또 외모가 특급일 경우엔 파격적인 대우도 마다하지 않는다. 때론 억대의 마이킹을 받는 경우도 있다. 억대의 마이킹을 받는 아가씨들의 경우 십중팔구 연예계 진출을 권유받지만 거의 다 이를 무시하는 편이다.
김 마담에 따르면, 텐프로 업소 아가씨들의 한달 수입은 평균 1천만원, 많이 벌 경우엔 최고 2천5백만 3천5백만원도 누워서 떡 먹기다. 텐프로들은 마음만 먹으면 마이킹은 우습게 갚고, 돈 모을 생각만 있으면 억대의 종자돈을 쉽게 모을 수도 있다.
텐프로는 대부분 하루밤에 5~10개 이상의 룸을 돌아다닌다. 그 때문에 이들의 벌어들이는 수익 또한 엄청나다. 한때 화류계 에이스 쟁탈전이 치열했을 때는 텐프로 월급만 2천만원을 웃도는 아가씨까지 있었다. 지금도 잘 나가는 아가씨들은 그 이상의 월급을 받는다.
텐프로는 그냥 되는 것이 아니다. 외모와 몸매가 된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안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또 그들은 명품으로 치장하는 것은 기본, 매일같이 전문 숍을 찾아 메이크업과 헤어를 하며 품위유지를 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형 수술대 위에 누워야 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품격(?)에 걸맞게 수입자동차나 개인 콜을 이용해 움직인다. 이렇다보니 텐프로의 돈 씀씀이는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다수의 텐프로는 높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마이킹을 쓰는 경우가 많다. 텐프로 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은 마이킹 액수가 좀 줄어들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마이킹이 5천만원에서 1억원을 넘는 아가씨들도 적지 않다. 마이킹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것도 텐프로 안에서 등급차이를 알려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마이킹 액수는 텐프로의 자존심이 됐다.
이 관계자는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마이킹을 많이 땡기다 보니 빚에 쪼들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종종 자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빼어난 미모와 키 170cm정도의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최가연(가명·23)씨. 그는 현재 텐프로로 활동 중이다. 최씨에게 왜 화류계로 뛰어들었는지 물었다.
그녀의 대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그녀의 이유는 “예뻐지고 싶어서”였다. 최씨는 “TV나 영화 각종 매스컴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부러웠다”며 “여자 연예인들이 단지 예쁘다는 이유로 사람들의 우상이 되고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부러웠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최씨는 “같은 여자로서 나는 그렇게 못 된다는 것이 너무 싫었다”며 “주변에 예쁜 여자를 자신과 비교해 봐도 남자들은 그저 예쁜 여자에게만 모두 잘해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물론 남자들은 그녀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예뻐지고 싶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최씨는 성형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허나 성형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다. 그녀는 인터넷 취업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던 최씨의 눈에 유흥업소 전문 사이트가 눈에 들어오게 됐다. 순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사로잡혀 바로 화류계 생활에 뛰어들었다.
또 최씨처럼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이유만으로 발을 들인 아가씨는 그리 많지 않다. 최씨는 “처음 화류계 생활을 시작했을 때 무척 힘들었다”며 “그러나 힘들고 어려운 것보다 예뻐지고 싶다는 욕망이 더 크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녀는 석달 만에 2천만원을 모았다. 그 돈으로 눈, 입술, 광대뼈, 턱 등 모두 성형수술을 했다.
최씨는 “수술 후 주위의 반응은 모두 좋았다”며 기뻐했다. 이어 그녀는 “유흥업소에 종사하면서 제대로 돈 모아놓는 애들(아가씨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며 “많이 버는 돈들을 대부분 몸에 투자한다. 성형이 됐든, 건강이 됐든”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화류계에 발을 들이는 이유는 이것뿐만이 아니며, 경로와 연유는 각양각색이다.
최신유행의 선두주자이자 고품격임을 자타가 공인하는 텐프로. 그들 사이에서 요즘 유행하는 성형은 과연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요즘 가장 많이 선호하고 있는 수술은 볼에 실리콘을 넣어 코와 볼 사이의 주름을 없애는 일명 ‘귀족수술’이다. 두 번째로는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처럼 탐스럽고 두툼한 입술을 만드는 수술이 각광받고 있다.
세 번째로는 성형의 기본(?)인 연예인처럼 큰 눈과 동그란 눈을 만드는 수술. 하지만 연예인의 눈을 닮은 수술의 경우 이미 많은 이들이 하고 있다. 텐프로 사이에서 새삼스레 눈 성형이 다시 유행하는 이유는 수술 한곳에 한번 더 덧대는 식으로 좀 더 강조하고, 또렷하게 보이기 위해서다.
어찌됐든 화류계에 발을 들였다가 주변에 자신보다 예쁜 아가씨들이 도처에 널려 있으면 더 예뻐지고 싶다는 충동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여성의 심리일 것이다. 모든 텐프로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단지 얼굴이 더 예뻐지기 위해서 이 길을 선택했다”는 최씨의 말은 우리 사회의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아픈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예전엔 남성들이 ‘예쁜 여자들은 죄다 술집에 있다’라고 말했던 시대가 있었다. 허나 요즘은 여성들이 ‘예뻐지기 위해 술집에 나가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는 시대로 돌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