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4일 화요일

[밤문화] 청소년들의 사이버섹스


누구에게나 있으면서 은밀하게 숨겨진 채 꿈틀거리는 것이 ‘성’에 관한 갖가지 욕망들. 인터넷의 익명성은 어쩌면 그런 욕망들을 여과없이 드러내게 하는 한 요인이기도 하다.

특히 ‘채팅’이라는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잦아지면서 대화가 상당히 노골적인 분위기로 발전하기도 한다. 인터넷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10대 청소년들 또한 그런 야릇한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최근엔 채팅을 통해 희한한 ‘성 교육’을 받는 아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 성애 개인교습’.

어른들이 인터넷에 퍼뜨린 ‘섹스 바이러스’가 아이들에게까지 전염된 셈이다. 사이버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10대들의 야릇한 ‘구조요청’, 그 요지경 속을 들여다보자.



새벽 1시를 조금 넘긴 시간. 하루를 마감하고 곤한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사이버 세상 사람들은 한창 분주할 때다. 게임에, 인터넷 나들이에 바쁜 이들. 하지만 이들 못지 않게 밤을 뜬눈으로 밝히는 이들이 ‘채팅족’들. 같은 종족을 찾아서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느라 여념이 없다.

다양한 종류의 채널을 갖추고 이들을 기다리는 한 유명 채팅 사이트인 ‘C’. 이 곳에서 제공하는 중요한 서비스 중의 하나가 채팅. 사랑이나 취미, 우정 등의 주제를 중심으로 나눠진 채널에는 늘 많은 네티즌들로 북적댄다.

모두들 다양한 얘기들로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지만 오직 한가지 목적으로 채팅방에 뛰어든 이들도 부지기수. 최근엔 야한 ‘구조 요청’을 밤새 보내는 청소년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비단 이 사이트뿐만 아니라 채팅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에서라면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현상. 사이버 소년들의 ‘누나 찾기’가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10대들이 만든 이런 유의  채팅방의 문패를 보면 그냥 ‘누나’를 찾는 것은 아니다.

‘인천에 계시는 누나들 들어오세요. 저 지금 무쟈게(무지하게) 급해요’. 방 제목부터 심상찮은  분위기를 띠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급하다는 것일까. 이 방을 만든 ‘방장’은 17살의 고등학생. 성인 여성을 찾는 듯한 뉘앙스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채팅 사이트에서 이런 종류의 방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개중에는 ‘나 “ 어떻게 좀 해줘’라는 노골적인 제목을 붙인 방들도 적지 않다.



운영자 정보검색을 통해 밝혀진 바로는 이런 방의 ‘방장’들 가운데 열에 아홉은 미성년 남학생들. 직업란에 버젓이 고등학생이라고 기입해 놓고 있다. 이런 노골적인 방의 경우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대부분 2명으로 한정돼 있기 마련.

운영자를 제외하고는 ‘누나’들만 들어갈 수 있다. 대부분의 채팅 사이트에서 채팅방 참가자들의 나이와 성별 정도를 아는 것은 기본. 혹시 남자가 멋모르고 들어갔다가는 10초도 못되어 ‘강퇴(강제퇴장)’당한다. ‘자격 미달’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들 사이버 소년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실제 채팅을 통해 이들과의 대화를 시도해 보았다.

앞서 ‘급하다’며 ‘인천  누나’를 찾던 방. 여성 아이디로 입장하자마자 17세 방장이 무척이나 반갑게 맞았다.

방을 만든 지 40분만에 처음 ‘누나’를 만났다는 것이다. ‘뭐가 그리 급하냐’는 질문에 곧바로 ‘하고 싶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경험이 있냐’고 묻자  그는 ‘두어 번 있다’고 자랑삼아 떠들기도 했다. 얘기 도중 신체의 은밀한 부위를 가리키는 노골적인 단어들이 쉴 새 없이 튀어 나왔다.


‘야한’ 상황을 마치 보여주기라도 하듯 적나라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정상적인 대화는 불가능한 상황. 그는 줄기차게 전화번호를 물으며 만나고 싶다는 얘기만 늘어놓았다.

답답할 정도로 막무가내식. 방을 나가려 하자 방장은 “연상의 여자가 좋다”며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졌다.

여자들이 자주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또 기다릴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언제 만날 수 있냐’고 발목을 붙들기도 했다.

‘컴섹 하고 싶은 누나만 모십니다’는 제목의 또다른 방. 역시 방장은 19세의 남자 고등학생. 먼저 들른 방에서처럼 상당한 환대를 받을 수 있었다. 아직 ‘경험’은 없다는 이 소년은 야한 대화를 원했다.



특별히 누나를 찾는 이유는 많은 경험이 있을 법해서라고. 이 고등학생은 은밀한  경험을 들려 달라며 졸라댔다. 하지만 별 소득이 없다고 판단하자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알려 주면서 ‘폰××’를 하자는 것. 

이 방에서 빠져나온 뒤에도 입장했을 때 노출된 개인 정보 때문에 그로부터 줄기차게 이메일 ‘쪽지’들이 날아왔다.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뒤이어 보내온 쪽지에는 차마 입에 담기에는 민망한 욕설이 담겨 있었다.

대부분 성과 관련한 육담들. 앞뒤 가리지 않고 내뱉는 욕설은 이미 도를 넘어서고. 하지만 모든 곳에서 이런 상황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의외로 문패와는 달리 ‘평범한’ 얘기들이 오가는 채팅방도 발견되었다.

‘이 밤 혼자 있는 누님 환영’이라는 방의 주인도 마찬가지 10대 청소년. 하지만 낯뜨거운 얘기들은 없었다.

왜 방제목을 이렇게 만들었냐고 묻자 ‘튀어 보이려고’ 그랬다는 것. 방 제목이 야해서 들어오는 사람이 없을 법 하지만 호기심에 종종 찾곤 한다고 말한다. 



이 소년은 기대 이상의 ‘소득’도 있었다고 밝혔다. 정말 ‘뜨거운’ 이야기를 해주는 ‘누님’들을 만났던 경우가 그것. 그 뒤로는 별 생각 없이 방을 만들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곤 한다고 털어  놓았다.

아직까지는 하룻밤 사이에 이런 ‘누나 찾기’ 채팅방이 만들어지는 비율은 적은 편. 10개 중 1개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 방에서 벌어지는 일이 위험스러운 수준이라는 점. 성적으로 미숙한 10대들에게 자칫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예로, 어떤 청소년은 자신이 채팅을 통에 성에 관심을 보이자 어떤 30대의 누나가 자취방으로 오라고 하여 하룻밤 몇 번의 섹스를 하게 해주더라는 이야기를 인터넷에 자랑삼아 올려놓고 있다.



이들 방의 10대들은  왜 연상의 여자만 찾는  것일까. 이른바 ‘누나방’의 10대 운영자들이 들려준 가장 큰 이유는 ‘어른이라 많은 걸 알고 있을 것 같아서, 또 성경험이 꽤 있을 것 같아서, 운이 좋으면 자신 같은 영계에게 실제 성교육을 시켜줄 것 같기도 했서’. 자신들의 성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에는 아무래도 또래보다는 성인이 나을 듯 하기 때문이라는 대답이다.



실제 이런 제목의 방에 20대 이상의 여성들이 들어가 있는 것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지만 제목을 보고 채팅을 한다는 점으로 미뤄보아 ‘섹스’가 화두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인터넷에서 성인들이 만들어 놓은 더 끈적끈적한  이름의 채팅방은 부지기수. 청소년들이 이런 곳에  들어가 보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래저래 인터넷 공간에서  ‘사이버 섹스’를 배우며 즐기는 아이들. 어쩌면 10대들이 만든 ‘누나방’은 어른들의 노골적인 인터넷 놀이가 낳은 필연적인 자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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